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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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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0.08

[2017-10-08] <한로>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2017년 10월 8일자 칼럼
No. 86   등록일 : 2017.10.08  
    465



붉은불개미는 지구의 경고,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백로

기후변화로 6년 새 20일이나 일러진 호랑나비 우화 시기
식상한 경제논리가 위기 불러…생태와 환경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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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의 작은 논에서도 벼를 수확했다.


어설피 내린 가을비 한 번에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바람 한 번 휙 불면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가을 바람 소리 스산하고 공기가 차다. 한 뼘 한 뼘 하늘이 높아져 하늘 끝까지 간 것 같고,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가을 첫서리가 살짝 내린다는 오늘은 한로(寒露). 그러나 아직 한낮 햇빛은 쨍쨍하고 온도도 높아 벼가 잘 익었다. 올 초봄에 조성한 ‘논’에서 가뭄과 장마를 잘 버틴 황금빛 벼를 수확했다. 


꽃만큼 아름다운 노랗고 빨간 단풍이 짙어지기 시작하고 마른 낙엽이 숲 바닥을 뒹굴며 서걱거릴 이때쯤 양지바른 곳에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산국과 산비탈의 희고 연한 보랏빛의 구절초, 길가에 보라 꽃 무리 지어 흔들리는 쑥부쟁이에서 가장 깊은 가을 정취를 느낀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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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 꽃에 앉은 중국별뚱보기생파리.


한가위로 연구원이 뭉텅 빠져나가 연구소가 텅 비었다. 어릴 적 살던 집 앞마당과 장독대 근처 돌 화단에 피워있던 꽃과 아버지! 명절이 되면 이상하게 나 살던 데, 고향으로 가고 싶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고 싶은데... 뵙지도 못하고 가보지도 못한 채 가장 긴 추석이 지나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모든 생물이 움츠러들지만 이제 막 번데기에서 우화한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 날갯짓은 사그라지는 계절과는 반대로 오히려 힘차다. 얼마나 힘이 넘치는지 손으로 잡고 있어도 날개를 격하게 퍼덕여 혼자 힘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강하고 가만히 가슴을 만져보면 힘찬 심장 소리가 전해오는 듯 진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정도의 힘이 있어야 겨울을 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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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꽃에 앉은 큰멋쟁이나비.


이처럼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큰멋쟁이나비, 작은멋쟁이나비는 가을에 날개를 달고 나와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까지 버티다 알을 낳고 죽으니 어른벌레 수명이 약 여섯 달은 되는 셈이다. 자주 받는 질문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나비는 얼마나 살아요?”인데, 종류마다, 또 같은 종 안에서도 어느 계절에 나오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간단하게 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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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멋쟁이나비.


이제 가을이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대부분 곤충도 서둘러 겨울 준비를 한다. 몸을 홀가분하게 털어버리고 단단한 고치를 만드는 노랑쐐기나방도 있고, 애벌레 몸 색깔을 바꿔 팽나무 줄기에 스며들 준비를 하는 왕오색나비와 수노랑나비도 있고 산호랑나비 애벌레들은 이미 마지막 껍질을 벗고 튼튼한 실로 몸을 묶어 번데기를 만들어 겨울 날 준비를 마쳤다. 곤충의 월동은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처럼 형태적 차이도 있고 낙엽 밑, 돌 아래, 땅속, 나무껍질 속 혹은 자기 스스로 안식처로 만든 고치까지 장소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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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색나비애벌레.


마지막 번데기를 만들어야 하는 때인 지금, 발육할 시간도 없는데 산제비나비가 알을 낳고 있다. 개나리도 꽃을 피우고. 어떻게 이런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지? 이런 나비도 있고 저런 나무도 있어, 살아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때는 맞춰야 하는데 철모르는 놈들이 있다. 사람으로 붐비면서 더 많은 개발 욕구가 팽창하고 그래서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과 이때까지의 절기와 맞지 않는 돌발적 변수로 지구가 더워짐을 실감하고 있다. 따뜻한 겨울 그리고 어정쩡한 봄과 가을. 세상이 아프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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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제비나비 산란(201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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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개화(2017.10.3).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으므로 자연의 시간보다 빨리 혹은 늦게 가는 현상이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얼마나 세상이 바뀔지 곤충을 재료로 실험하였다. 그 땅에 사는 식물은, 곤충은, 인간은 모두 땅을 닮게 되어 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라 변화할 나비 이야기가 사실은 우리 이야기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후변화, 특히 온도에 민감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구조 변화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분류군이다. 특히 번데기로 월동하는 호랑나비과 곤충은 크기도 크고 움직임을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어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가장 좋은 재료다. 


2008년부터 호랑나비과의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월동형 번데기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터를 이용한 실내 온도 발육 실험과 야외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관찰 비교하는 기후변화 연구를 수행했다. 온도 발육 실험을 근거로 우화 실험을 시작한 이래 10년 차. 산호랑나비, 호랑나비, 꼬리명주나비 3 종 모두 2014년 이후 2008년보다 무려 평균 20일이나 빨리 날개를 달고 나오고 있다. 따뜻해지면서 봄이 조금씩 빨라지고 점점 더 우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아마 이런 식이면 3종 나비들은 일 년에 한 번씩 더 발생할(Voltinism: 화성)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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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를 연차별로 원주지방환경청,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3권의 보고서를 냈고, 실험 시작 8년 만인 2014년에 1차 결과를 에스시아이(Sci) 논문인 <아시아 태평양 곤충학 저널>(JAPE)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벌써 10년에 걸친 자료가 누적되고 있으므로 계속 좋은 논문으로 쓰일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를 나비에 국한하지 않고 곤충의 범위를 확대하면 심각한 사태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에게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다양한 병원체를 옮길 수 있는 위생 해충인 모기가 더 빨리 번식을 시작하고 겨울 초까지 더 많이 번식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수를 포함한 농작물의 병해충도 직접적이고 파괴적으로 연관돼 이들을 없애기 위한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할 것이고 살충제 잔류 농산물은 또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추석 연휴에 국무조정실장 주재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주인공은 침입 외래종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였다. 경계색인 붉은색과 시뻘건 불을 합쳐 만든 붉은불개미니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 외래종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전역에서 생산된 꿀 4분의 3 이상에 살충제 및 농약 잔류량이 검출 돼 안전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살충제 달걀에 이어 꿀까지 더는 해결을 위해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식상한 경제논리만 주장하고 있다. 이미 생태나 환경이 가장 큰 경제인데. 


지금 있는 모든 것을 다 써도 부족해 늘 경제 살리기를 외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단한 삶을 사는 다른 생명을 고려하여 ‘조금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자’ 라고 이야기하면 한가로이 생태환경 운운하느냐고 비아냥대거나 혀를 차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같이 살자고 ‘벌’을 통해서, ‘개미’를 빗대어 자꾸 말하는데 듣지 않고 있다. 


하늘을 이기는 식물도, 곤충도,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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