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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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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07

[2017-12-07] <대설>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2017년 12월 7일자 칼럼
No. 91   등록일 : 2017.12.07  
    529


두엄더미서 장수풍뎅이 애벌레 300마리 '횡재'


생물학자 이강운의 24절기 생물 노트, <대설>


똥을 흙으로 되돌리는 기특한 자연의 숨은 일꾼
큰 눈 내린 대설, 추위 좋아하는 겨울자나방 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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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목한 소똥을 모은 두엄더미에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잔뜩 생겼다.


하루 종일 영하. 캄캄한 밤 같은 새벽. 멈춘 듯 고요하다.

 

실험실과 온실이 얼지 않도록 온도를 단속하느라 한 겨울 새벽일은 더욱 많아진다. 숨관을 수면위로 내밀어 호흡하는 물장군은 월동 케이지 수면이 얼면 몰살하므로 물장군 실험실은 가장 위험하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쪽 나라 아열대성 식물이 얼면 이들 식물을 먹고 사는 애벌레도 줄초상을 치른다. 실험실과 온실을 오갈 때 새벽 차디찬 공기와 가슴 시리게 하는 하얀 눈발이 어우러져 목덜미가 싸하고 귀와 얼굴에 사무쳐 얼얼하다.

 

내복을 입은 모습을 아내나 아이들이 보면 약한 모습 들통 날까 내복을 입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남성미를 자랑하기에는 강원도 산 속은 너무 춥고 세월 앞에 장사 없다. 비록 약한 남자가 되었을망정 빨간 내복을 입으면서 웅크리지 않고 겨울철 혹독한 추위와 교감을 나눌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 정말 춥다.


속이 별로 차지 않은, 농사 지은 배추 40포기와 염장(鹽藏)한 배추 오십 포기 그리고 무 마흔 개를 씻어 배추 속 양념 버무려 김장을 했다. 마침 찾아 온 군대 후배 부부와 연구원이 합심하여 다섯 달 겨울철 양식인 김장을 해 아슬아슬하게 겨울채비는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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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의 겨울나기 준비, 김장.

야간 조사를 위해 Light trap을 켜자 겨울 숲의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얇은 날개를 팔랑거리며 좁은날개겨울자나방이 스크린에 앉는다. 추운 겨울인 11월에서 12월까지, 아주 이른 봄인 2월에서 3월에 활동하는 겨울자나방 종류(Alsophila)는 대부분 생물들이 적응하기 힘들어 피하는 추위를 이용해 짝을 짓고 번식하는, 이름 그대로 겨울을 사랑하는 [Also(=Cold)+phila(Love)] 나방들이다. 볕 좋은 날 해바라기되어 잠간 체온을 올려 날아다니는 큰멋쟁이나비와는 달리 영하의 겨울에 주로 활동하며 추위를 무색하게 한다. 극한 조건의 겨울 속에서 발육하고 있는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도 벌써 통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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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유인등에도 나방이 날아든다. 12월1일의 채집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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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를 사랑하는 좁은날개겨울자나방은 요즘에야 나온다.


매서운 추위라 생태계가 텅 비어있는 것 같지만 연구소 겨울 숲은 살아있다. 지난여름 번개 맞은 소나무와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쓰러진 신갈나무의 굵은 줄기가 반쯤 썩어 낙엽과 섞여 흙처럼 분해된 토양에 곤충들이 가득하다. 죽은 소나무 껍질 아래 안쪽을 움푹 파서 동그란 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 소나무하늘소가 보이고 소나무비단벌레와 홍날개 애벌레가 소나무 껍질 아래 납작하게 엎드려 겨울을 나고 있다. 왕바구미 애벌레, 산맴돌이거저리 애벌레는 나무속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가 죽은 듯 꼼짝 않고 겨울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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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하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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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비단벌레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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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날개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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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바구미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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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맴돌이거저리 애벌레.


보름 전 소설(小雪)은 소설답게 살짝 눈이 내리더니 오늘 대설(大雪)은 대설답게 큰 눈이 내렸다. 이름에 걸맞게 밤새 큰 눈이 내려 온통 하얀 눈 세상, 환한 설국(雪國)이다. 으로 봐서는 지난 절기인 소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추위의 강도가 다르다. 하루 종일 영하인 날이 벌써 나흘 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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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설날 큰 눈에 덮여 설국이 된 연구소 전경.


, 비 같은 자연 현상에 일상이 어려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십여 년 고도로 훈련 된 는 괜찮았지만 운전병 출신이라며 눈길을 무서워하지 않던 연구원 한 명은 눈길에 미끄러져 산길 옆 구덩이에 새로 산 승용차가 빠지는 호된 신고식을 치뤘다. 그나마 반대편 계곡 옆이 아니어서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눈길에, 꽝꽝 얼은 얼음에 겨울의 한 복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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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에 미끄러진 자동차.


곤충의 식성은 까다로워 자기만의 특별한 먹이식물을 갖는 Specialist이다. 20여 년 간 1,000여종의 나비목(나방, 나비) 애벌레를 키우면서 애벌레가 고집하는 먹이식물을 탐색한 결과, 수많은 식물을 먹지만 그 중에서도 참나무속(Quercus)과 버드나무속(Salix), 단풍나무속(Acer) 그리고 복숭아나무속(Prunus)이 가장 선호하는 식물이었다. 연구소에는 참나무속, 버드나무속, 단풍나무속 식물은 충분했지만 복숭아나무속은 17개과의 210종의 애벌레를 키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먹이 식물도 보충할 겸 이른 봄 꿀이 많이 부족할 때 진달래와 어울려 꿀 찾아 나서는 많은 곤충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고 열매도 얻을 수 있어 매실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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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복숭아나무속 식물을 먹는 다양한 애벌레를 소개한 포스터.


이 무렵은 24절기 중 농한기(農閑期)라 하지만 사실 봄을 준비하며 식물을 키워줄 땅을 비옥하게 밑거름을 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식(移植)에 대한 거부반응 없이 가뭄을 잘 이겨 낸 매실나무 밑에 퇴비를 주려고 두엄을 뒤집었다. 연구소 두엄은 소 2마리가 방목지를 휘저으며 신나게 먹고 열심히 싼 신선하고 건강한 소똥을 모두 수거하여 멸종위기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식사로 사용할 똥은 우선 소똥구리 실험실로 챙겨두고 나머지를 한곳에 모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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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료를 주지 않고 방목해 풀만 먹인 소의 배설물이 쌓인 두엄더미.


두엄 더미를 크게 한 삽 뜨자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손님이 나타났다. 굵고 탱탱한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옹기종기 모여 겨울을 나고 있었다. 햇볕이 들지 않아 눅눅한 바닥까지 소똥을 퍼낼 때마다 몇 마리씩 계속 나와 콩 줍듯이 신나게 주워 담아보니 300마리가 넘었다. 주로 실험실에서 발효 톱밥을 이용해 사육했던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소똥 속에, 그것도 야생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사료를 주식으로 하는 소와 달리 방목지에서 풀만 먹는 연구소 소똥에는 미처 소화되지 않은 식물성 섬유가 풍부해서 장수풍뎅이 애벌레들이 먹을 게 충분했던 것 같다. 주로 남부 지방에 서식하고 있는 장수풍뎅이가 추운 강원도까지 진출하다니. 두엄 속 소똥이 발효되면서 따뜻해진 열기로 살만한 서식지가 된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하진 않지만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좋은 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불그스름한 구릿빛에 최고 몸집을 갖고 있었다. 몸의 주름은 깊고 근육질 몸매처럼 탄탄해 보였다.

장수풍뎅이는 주로 오래 된 나무가 썩으면서 생기는 부산물을 먹으며 사는 부식성 곤충인데 봄부터 소똥을 쌓아둔 두엄이 푹 썩어 흙처럼 분해 된 숙성된 토양에서 서식하는 멋진 순환의 고리를 보고 과연 환경 친화적인 것이 모두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풀만 먹은 소의 깨끗한 똥이라 잘 썩혀두기만 하면 훌륭한 밑거름이 되니 하나도 버릴 게 없다.

건강한 소똥 덕분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가 잘 자라 개체수도 늘고 있고, 장수풍뎅이의 애벌레 먹이까지 되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똥을 흙으로, 쓰러져 생을 다한 식물을 형체도 없이 분해해 다시 흙으로 되돌리는 토양 곤충 덕분에 자연의 순환이 순조롭다. 삶과 죽음이 서로 기대고, 시시콜콜 사소한 것들이 쌓여 어느 순간 스스로 자신의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를 마련한다.


그 어려운걸 해냅니다.’
 
자연의 숨은 일꾼들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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